몸을 앞으로 천천히 숙이자 편하게만 지낸 육체가 낯선 움직임에 반항하듯 저렸다. 그 고통을 무시하며 나는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이거 그거지. 회귀. 내가 이곳에 온 시점으로 되돌아온 거잖아. 알고 보니 나는 회귀자였던 모양이다. 무슨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능력이지만 볼을 꼬집어도 마르첼로가 있던 아침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꿈꾸는 게 아니고 나는 의심...
잘생기니까 인상을 써도 그림이 되네. 이방중을 읽을 때는 천하의 나쁜 놈, 둘도 없는 개새끼였는데 이렇게 실물을 보니 얼굴이 잘생겨서인지 비열하고 못된 인상은 또 아니다. 역시 한 세계를 말아먹을 뻔한 외모는 저 정도는 되어야지 납득이 간다. “지금 무슨 소릴…… 불장난이라니요?” 당황했다. 당황했어. 갑자기 또 존대하네? 하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부인이...
나는 하얀 천에 금실로 수를 놓은 드레스를 입고 그 위에 역시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에 금실로 수놓은 분홍빛 가운을 입었다. 장인이 한땀 한땀 수를 놓았을 것 같은 이 옷의 마무리는 허리띠였다. 이미 옷이 화려해서인지 유일한 액세서리는 진주로 포인트만 주었다. 치맛자락이 길게 늘어지는 예쁜 드레스로 갈아입고 정원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니 차려입고 분위기 좋은 근...
“이네스.” 그가 부르자 가양에서 아까 그 박진감 넘치는 대련을 지켜보던 기사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판으로 서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루치오가 부르길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여기사는 이름이 불리자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부복했다. “이네스 조르다노입니다. 부인.”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좋겠다니 실전에 들어가려나 본데 루치오가 직접 상...
베아트리체는 북부대공의 딸이고 란첼로티 “자작”부인이니까 궁전에서 살 줄 알았다. 밤에 본 정원은 어두워서인지 넓어 보였고 달빛 아래에서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정말 동화 속의 성 같았는데 햇빛 아래에서 본 란첼로티 성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밤에 봤을 땐 몰랐던 거였다. “이거 참 실망스럽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
“로드, 저 사람은……” 전투 중 갑작스럽게 전산 공간으로 초대해 뮤가 말을 걸어왔을 때 나는 드디어 그녀가 깨어난 것이 기뻤고 일어나자마자 요한을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요한은 내 기사였으니까. 내 사람을 빼앗긴 거니까. 이제 뮤가 깨어났으니 요한에 대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뜻밖이었다. “요한 테일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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